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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설계자들

by jaekk 2021. 6. 17.

타 블로그를 정리하던 중 삭제하기 아까워 그대로 옮겨왔다

2013년에 쓴 글로 무려 8년 전 게시글..

 

설계자들 - 김언수 장편소설

줄거리

쓰레기통에서 발견된 갓난아기를 키워 길러준 평범한 도서관 관장 너구리 영감. 알고보면 일류층 암살을 담당하는 자객이다. 그 아래서 자란 래생은 자연스럽게 자객의 길로 들어서고 살인 후엔 죄책감보다는 무력감을 느끼는 고독한 사람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집 안 변기통에 폭탄이 설치돼있는 사실을 알게 되고 트래커 정안의 도움으로 미토란 자의 짓임을 알게 된다. 그녀는 이 더러운 세계를 없애겠단 의도로 거물급들의 중간자인 래생에게 접근, 그에게 조력자가 돼 줄 것을 요청한다. 그러나 그는 이 세계 꼭대기엔 설계자가 아닌 빈 의자이고 그 의자에는 어느 누구라도 앉을 수 있는, 사라질 수 없는 세계라며 미토의 제안을 거절한다. 너구리 영감의 실세가 내려가고 떠오르는 실세자인한자 . 한자의 설계대로 이발사는 정안을 죽이고 래생은 정안 이외에도 그의 소중한 사람들을 죽여왔던 이발사를 죽이려고 하지만 이발사를 당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미토의 도움으로 이발사로부터 가까스로 목숨을 구하게 된 그.그는 그 빚을 갚기 위해 그녀가 필요한 한자의 장부와 너구리 영감의 책을 손에 넣게 된다. 미토에게 한자의 장부는 넘겨주지만 너구리 영감의 책은 넘겨주지 않는 래생. 무슨마음에서인지 미토의 행동을 중지시키고 이발사를 살인한 뒤 한자를 살인하기 직전까지 가지만 결국 한자의 자객에 의해 죽으면서 이 소설은 끝이 난다.

책을 읽게 된 동기

1년 전쯤 부모님이랑 영화를 보기 전 시간이 남아 서점에서 책 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설계자들이 눈에 띄었다. 책 표지에 “어서 오세요?” 이 문장이 굉장히 강렬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눈길을 끈다고 만원이 넘는 돈을 선뜻 쓸 수 없었다. 그래서 난 그냥 그 책을 포기한 채 안전한 베스트셀러를 샀고 이 책을 사겠다고 마음을 먹은 건 그로부터 1년 뒤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고 다짐한 뒤 책을 고르던 중에 강렬했던 기억이 나 사게 되었다.

 

기억에 남는 장면

소설 중후반에 의아한 북극곰 이란 책이 등장한다. 북극에 사는 곰이 자신이 어떤 곰인지 알기 위해 북극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떠나지만 빙하를 타고 바다를 건너면 건널수록 빙하는 녹아버린다. 결국 곰은 본인이 너무 무모했단 사실을 자각하게 되고 북극을 떠날 수 없기에 북극곰이었다는 걸 깨닫는 이야기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소설 초반 이 구절이 생각났다.

 

 우리는 더럽고 역겹지만 자신이 발 디딘 땅을 결국 떠나지 못한다. 돈도 없고 먹고 살 길도 없는 것이 그 원인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우리가 이 역겨운 땅으로 되돌아오는 것은 그 역겨움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역겨움을 견디는 것이 저 황량한 세계에 홀로 던져지는 두려움을 견디는 것보다, 두려움의 크기만큼 넓고 깊게 번지는 외로움을 견디는 것보다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알기 위해 떠나는 북극곰.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에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들. 북극 곰이 북극을 싫어하고 경멸해서 떠나는 건 아니지만 두 장면은 극과 극이다. 도전한 자와 도전하지 않은 자. 래생은 원래 푸주의 세상이 역겹지만 떠나지 못하는 인물이었으나 주변에 아끼던 지인들이 설계자들에 의해 죽자 자신이 이 세계를 처단하겠다는 용기와 오기로 거물급 살인에 뛰어든다. 추나 이발사처럼 뛰어난 자객이 아닌 보통 실력의 자객이었었음에도 충분한 위협을 가한 래생.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 순간 어떤 사람이 성공을 했다는 건 그 사람의 기본 바탕이 뛰어나서가 아닌 용기와 마음가짐의 차이란 걸 알게 되었다. 샌프란 시스코로 떠나는데 빙하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멍청한 곰도 용기로 도전을 함으로써 의아한이라는 형용사가 붙는 특별한 곰이 되었으니 말이다.  여지껏 남들보다 능력이 부족해서, 공부머리가 부족해서, 그냥 내가 못나서 안되어왔다고 생각해왔는데 래생과 곰을 보면서 나도 마음가짐만 달리하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용기가 부족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초반에 남들보다 부족하면 조금만 더 하면 따라잡을 수 있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나도 언젠가는 수식어 하나쯤은 생기겠지..?라는 생각을 해보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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